이번 편은 해체주의 건축 탐구의 두번째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 해체주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해체주의 건축의 이론적 내용도 아주 쉽지 않습니다.
12~3년 넘게 지난 후에 읽어보니 좀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당시에 조사할 때는 한번 두번 읽는 것도 싫었는데..
자료를 잘 참고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_해체주의 건축의 이론적 배경과 특성
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비판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에 발전한 기능주의건축은 1960년대 이후 재평가되기 시작하여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함께 비판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또한 인간이 구체적인 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건축과 사회를 분리시키는 허위의식을 심어주게 되었고, 형식주의에 빠져 형태의 자율적 구조의 변동을 규명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판단부재의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포스트모던 건축은 뒤죽박죽 섞인 상태여서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명쾌한 상태가 아니며, 이것도 저것도 마찬가지라는 판단부재의 상태를 초래하여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비판적인 전개가 개진되면서 해체적 경향의 건축이 태동하게 되었다.
나. 해체주의 건축의 형성배경
건축에 있어서의 해체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먼저 두 가지의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그 하나는 네덜란드의 건축가 그룹인 OMA(Office for Metropolitian Architecture)의 리더격인 렘 쿨하스(Rem Koolhass)가 러시아 구성주의(Constructivism) 건축가인 이반 레오니도프(Ivan Leonidov)의 디자인 형태를 인용해 서구에 다시 부활시키면서 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구성주의의 디자인 형태에서 해체주의 건축과 비슷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 그것이 전적으로 해체주의 건축의이론적 기반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후 1979년 파리-모스크바전, 1982년 라빌레뜨 공원(Parc de La Villette, Paris) 현상 설계에서 베르나르 츄미(Bernard Tschumi)의 당선작 및 상위 입상작에서 나타난 구성주의의 영향, 1983년 흥콩 피크 클럽(The Peak Club Honkong) 현상 설계에서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구성주의적 디자인의 당선, 그리고 1986년 하인리히 클로츠(HeinrichKlotz)에 의해 프랑크푸르트 미술관에서 개최된 「근대의 비젼(The Vision ofModern)」 이라는 전시회 둥을 통해 러시아 구성주의 또는 절대주의의 디자인 형태를 인용한 듯한 작품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이것들은 또한 신구성주의(Neo-Constructivism)라고도 불려지게 되면서 해체주의 건축이 등장하게된 것이다.
두번째 관점은 건축 개념이나 프로세스에 난해한 데리다의 해체이론을 도입함으로써 그 이론적인 면에 연관성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피터 아이젠만과 베르나르 츄미 등 몇몇 건축가들이 데리다의 해체이론을 건축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8년 영국의 런던 테이트(Tate) 갤러리에서 『건축에 있어서의 해체(Deconstruction in Architecture)」 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이 열리게 되는데, 여기에는 피터 아이젠만, 베르나르 츄미,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등의 건축가들과 건축가이자 비평가인 찰스 젱크스, 마크 위글리, 그리고 해체주의 이론의 선구자인 자크 데리다와 영국의 저명한 해체주의 이론가인 크리스토퍼 노리스 등이 참가하여 해체에 관한 철학적 토론과 함께 건축 및 시각예술-회화 및 조각-등 예술 전반에 걸친 열띤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해 6월에는 뉴욕 현대 미술관(MOMA:Museum of Modern Art)에서 필립 존슨과 마크 위글리의 공동 기획으로 「구성적 해체주의 건축(Deconstructivist Architecture)」 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게 되었다.
결국, 해체주의 건축은 위의 두 사건으로 인해 그 본격적인 발판이 마련되었던 것이며, 그 이후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 소위 건축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여 그 가능성에 대한 열띤 탐구가 이루어지면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건축 경향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다. 해체주의 건축의 특성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해체주의 역시 근대주의 초창기에 출현한 러시아 구성주의와의 연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구성주의의 건축언어들과 함께 기계적 형태의 미학이 다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러시아 구성주의 외에 그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한 경향과도 연결되어있는데 그것이 바로 절대주의이다. 물론 해체주의는 새로운 사회주의적 세계를 설계하고자 하였던 구성주의나 절대주의의 유토피아적 성향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추구하였던 것은 상징적 관계에서 벗어난 자율적인 건축의 성취였다.
해체주의 건축의 기본 정신은 기존의 법칙을 의심하고 그 근본을 해체하여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정형의 세계보다는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비정형의 세계를 반영키 위해 기존 상황을 변형, 왜곡 인용하는 ‘유희’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는 것이다. 형태나 구성론적 측면에서 볼 때는 대칭적이고 관습적인 구성의 거부, 인지 가능한 현상 세계의 거부, 오브제의 주관적 인식개념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규범과 질서의 개념에 대한 질문, 통일성 개념의 재시험, 형식주의와 기능주의의 정통성에 대한 회의는 이질성과 단절, 부정합의 요소 조합을 통한 파괴적 기하학을 원칙으로 삼아 건축 및 디자인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극복해 보려는 시도이다.
해체주의는 정형적 질서를 강요하는 기존의 건축경향을 현실성이 없는 가식의 세계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일종의 반문명 양식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체주의 건축은 관습화된 고급 예술과 현실 세계와의 불일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신들의 건축을 시작한다.
기존의 건축 양식들이 수천 년간 안정되고 질서 있는 조형 세계를 추구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늘 폭력과 전쟁 그리고 거짓이 난무하여 왔다. 해체주의는 직선, 직각, 사각형 등으로 구성되는 기존 건축 세계의 안정과 질서를 비현실적인 위선으로 거부하며 이러한 위선을 해체하고자 하는 비정형적이고 무질서한 건축 세계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해체는 어떤 일정한 양식의 건축 형태로 환언되거나 정의 될 수 없고, 단지 해체적인 건축사고와 재사고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해체주의 건축은 기하학적 불일치라는 특성을 공유하며 이를 위해 해체주의 건축가들은 프로그램을 중첩, 병치, 치환함으로서 프로그램들 사이의 예기치 못한 조합과 부조화를 만들어 낸다. ‘해체’에 대한 통속적인 이해는 조립 또는 조형에 반하여 분해 또는 풀어헤침, 그리고 건설에 반하여 파괴를 지칭하는 행위와 직결되어 있다.
「해체란, 자신의 역할을 위해 결과가 예정된 목적론적인 계획을 추구하지않는다」 라는 명제는 이전의 건축적 사고를 지배해 왔던 전통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틀(frame)을 제공해 준다. 또한, 이것은 기존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텍스트의 방법론을 통해 그 내부에서 절대적이라고 생각되어온 기존 관념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해체’를 위한 전제요소로서 텍스트는 미리 존재해야 한다.
해체주의 건축의 목표는 건축을 쓸모없거나 추하거나 살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외부로 부터 유래된 목표나 건축 외적 목적으로부터 건축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 있다. 그것은 즉, 순수하고 근본적인 건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다른 전달 수단과 다른 예술과 교류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건축으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해체주의 건축은 표면적 불안정을 통해 기존의 조화, 통일, 안정성 둥과 같은 가치에 도전하는 것으로 건축 자체가 갖고 있던 근원적인 딜레머(dilemma)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인 것이다.
따라서, 해체주의 건축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할 수있다.
첫째, 해체주의 건축은 그 체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 개념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개방성을 중시한다. 형태의 어느 요소에도 중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형태는 모든 의미나 원리로 부터 자유로워지며, 동시에 어떤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각 건축물은 개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며, 이것은 하나의 건물을 창작하고, 감상내지는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항상 다중적인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며, 또한 어떤 문화적 억압이나 의미의 무의식적 강요로부터 벗어나 ‘물자체’로 돌아간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어떤 건축물이든 시간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며, 그 건축물은 고정된 물체가 아니고 생명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보는 도시는 어떤 의미에서도 오늘의 우리 시대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도시의 역사가 길던 짧던 이미 과거의 형상이며, 결국 모든 것은 정지한 채 고정된 것이 아니며 진행 상태에 있고 그 의미 또한 영원하거나 절대적이 아니며 유보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은 필연적으로 과거와 연관되어서 존재하는 것이며, 그러한 선험적인 요소들이 창작에 사용될 때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데리다의 해체이론 중 ‘흔적’, ‘차연’의 개념에 의해 뒷받침 된다.
셋째, 해체주의 건축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갖고 있는 「재현성」 의 문제를 비판한다. 즉, 기호와 의미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차이와 유보가 존재하므로 포스트모던 건축의 고전적 기호와 의미의 재현은 기억과 향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데리다의 해체이론 중 ‘차연’의 개념에 근거를 두고 전개되어 진다. 또한, 차연의 개념을 통해 모든 불변의 의미는 제거되어 지고 따라서 건축은 각각의 의미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표현되어 지는 형태에서도 다양하고 자유스러운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때로는 ‘형태의 유희’로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해체주의 건축은 위계적 질서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차원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다양한 상상력과 경험, 그리고 개방적인 개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임의적인 원칙 대신에 여러가지 개념이 병행하여 작용하며 서로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추이를 중요시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일정한 프로세스나 원리를 고집하지 않고 현실적, 시대적상황과 연계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1) 해체주의 이론과 건축
건축에 있어서 해체주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문학이나 회화 및 기타 분야보다 건축이 갖는 ‘실용성’의 문제로 인해 더욱 난해하다. 실제로 해체주의 경향의 건축작가들이 현재 행하고 있는 작업은 해체의 논리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해체와 건축과의 관계는 특정한 철학적 사고와 그 시행을 통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고와 시행을 하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것은 전통적이고 상투적인 철학 및 건축개념이 어떠한 목적을 제공하거나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에 있어서의 해체라는 것은 건축과 주거와의 자동적인 연관관계를 깨뜨리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해체와 건축을 여러가지 다른 전후상황에서 연관시켜 왔던 데리다는 건축과 해체와의 상호관계에 대해 건축이란 이름의 인공체를 해체한다.
즉, 이것은 건축을 하나의 인공체로 생각(think)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며, 또한 건축으로부터 그 인공체를 분리해서 다시 생각(rethink)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 건축을 해체한다는 것은 건축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특정한 철학적, 이론적 언술의 규정으로서 건축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으로 인해 철학에 관한 이론(theory)과 실제(practice) 사이의 구분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과 실제에 대한 대립은 해체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이러한 대립이 강제적인 것이 될 때는 이론과 작품 사이의 관계가 목적론적 용어로 표현된다는 불가피한 결과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과 실제와의 관계를 해체하는 것은 동시에 목적론을 해체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정말 어려운 내용이네요 ^^;;)
이러한 논의는 데리다가 지적한 바 있듯이 해체는 겉보기와는 달리 결코 건축적 은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것은 해체한다는 것이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있는 빈 토대를 마련하고자 물리적, 문화적, 이론적으로 세워진 어떠한 것을 단순히 부수거나 철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철학에서 다루어져 왔던 여러 의미로서의 건축, 그리고 건축 그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건축은 더 이상 건축을 위해 상정된 목적에 의해 축소되어서도 안되고, 그 목적에 의해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데리다는 해체와 건축적 사고와의 관계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건축적인 사고는 철학과 건축과의 연결(concatenation)을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때만이 해체적인 것이 쥘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철학적인 측면의 해체주의 이론과 건축에 있어서의 해체주의 건축과의 상호 연관성을 앞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해체주의 이론 | 해체주의 건축 |
이성중심주의 해체 | 위계적 질서의 부정 |
인간 주체의 해체 | 목적론의 해체 |
열린 사회, 열린 사고의 추구 | 개방성 중시(중심의 부재) |
언어와 기호의 재현 불가능성 | 생명력을 지닌 다양한 의미 가능성 |
와 해체주의 건축 이론은 다시 봐도 어마무시하네요..ㅎㅎ
다음 편에서 어떤 건축 사례가 있었는지 올려보겠습니다.
해체주의 이론도 그런데 건축까지 참 심오한 것 같아요. 저거 다 어떻게 찾았는지 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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