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해체주의 건축의 전개
해체주의(deconstructivism)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의 한 양식이다. 데리다는 주어진 텍스트, 즉 수필, 소설, 신문기사 등의 의미가, 사용된 단어들이 가리키는 사물과의 지칭 관계가 아니라, 사용된 단어 사이의 차이에서 결정되는 것이라 이해했다. 달리 말하면 텍스트의 의미 차이는 텍스트들에 쓰인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여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데리다의 철학은 해체주의라는 이름으로 건축 설계에도 파급되었다. 많은 건축가들이 전통적인 건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때로는 유행의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건물을 해체해서 재조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기존 건물을 해체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제도판이나 컴퓨터로 해체된 건물들을 설계했을 뿐이다. 이렇게 설계된 건물들은 종종 불완전하게 보였고 때로는 건축을 왜곡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뛰어난 건축가들에게 그런 대담한 실험은 고차원의 정교한 게임이었고 전율을 안겨 주는 경험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유행의 노예가 되어 버린, 허울만 그럴듯한 설계들도 몇몇 있었다.
가. 초기의 설계
해체주의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피터 아이젠만 이었다. 아이젠만은 뉴욕 파이브의 일원으로서 르 코르뷔지에의 20년대 건축, 즉 흰색을 사용한 순수한 모더니즘 건축으로 돌아가는 것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새로운 집들을 제도판에서 해체해서 벽들을 서로 떼어놓고 공간을 생략하거나 거꾸로 가공의 공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전통적인 모더니즘 건축의 합리적인 기하학적 관계를 깨뜨리고 더 나아가 해체했다. 1988년이 되자 해체주의를 표방한 설계들이 넘쳐 났다. 그 대부분이 모형이나 설계도 상태로 뉴욕의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다.
그것을 1932년 헨리 러셀 히치콕과 더불어 ‘국제주의 양식’을 바로 그곳에서 미국에 소개했던 26살의 젊은 건축가 필립 존슨이 82세의 고령의 나이로 해체주의를 앞장서서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해체주의가 1990년대에 등장해서 주요 건축 프로젝트에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 새로운 스타는 다니엘 리베스킨트, 자하 하디드, 그리고 어떤 식으로도 분류되는 것을 싫어한 프랭크 게리였다
웩스너 센터(Wexner Center for the Visual Arts) : 아이젠만은 장소에 있는 오래된 흔적들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건물과 병존을 통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억압을 없애려 하였다. “견고한 벽을 가진 건물을 짓지 않고 비계와 같은 가설물을 집어 넣은 것은 건축을 하나의 고정된 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것으로 상정하기 위한 것이고, 또 사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나. 독특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 비트라사를 위한 설계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있는 게리의 집(1978-79년)은 DIY상점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닭장용 철망, 주름진 철근, 울타리용 철망들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집의 개념을 깨뜨린 매혹적인 작품이다. 벽과 램프(ramp)가 여기저기에서 특이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게리는 독일의 바일 암 라인에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을 세웠다.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게리의 디자인으로 최고의 사무용 가구를 만들어 내는, 스위스와 독일의 합작해서 만든 가구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만든 것이다. 박물관은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곡면과 사면이 교차하면서도 막힌 듯한 느낌이 없다.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독창적이면서 상당히 실용적이다. 게다가 매우 강한 이미지를 풍겨 주면서 비트라사를 현대 디자인과 제조업계의 지도에 확실히 못 박아 두는 역할을 충분히 해 냈다.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의 외부(독일의 바일 암 라인, 1987-89년) – 해체적 형태와 도발적인 피사드가 인상적이며 전시 공간도 독특하다. 채광탑과 경사가 가파른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서 조명을 처리했다. 내부는커다란 천창으로 유입되는 자연광이 내부를 밝혀준다. 외부에 드러난 다양한 매스들의 형태는 내부에도 공간의 조각적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20세기가 저물어 갈 무렵 게리는 로스엔젤레스의 디즈니 콘서트 홀(1995)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1997년)이라는 두 걸작을 설계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준 두 건물은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것은 현대 건축 중 가장 대담하고 참신한 건물이었다. 게리의 건물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납작한 건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감성에 게리의 건물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기 때문이다.
다. 기하학적인 선
폴란드 태생으로, 음악가에서 건축가로 변신했고, 1989년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의 설계 공모전에 당선되기 전까지 영국과 미국에서 교사로 일했던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세 가지 프로젝트는 훨씬 파격적이었다. 이 충격적인 박물관은 지루한 협상과 정치적 이유로 작업이 지연되어 완공되는데 10년이나 걸렸다 바로크양식으로 지어진 기존 베를린 미술관의 건너편에 지그재그형으로 뻗어 있는 유대인 박물관은 베를린 미술관을 보완하기 위해 확장할 의도로 건설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베를린 미술관을 압도했다.
박물관이 완공된 해에 전시물이 없을 때에도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건물만을 구경하러 왔다. 이것은 건축만으로 베를린에서 유대인이 학살당한 사건을 폭로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박물관은 바로크적 특징, 즉 강렬한 충격과 의미를 줄뿐만 아니라 연극적 의미를 연출하는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의 특징은 외장재로 쓰인 아연, 사선의 창, 그리고 전시실들을 관통하는 콘크리트 공백이다. 이 공백은 스스로 애국적인 독일인이라 생각했던 유대인들을 베를린의 심장부에서 몰아 낸 문화적이고 인간적인 공백을 관람객들로 하여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건물의 무색무취한 특징은 리베스킨트가 설계하는 동안 반복해서 들었다는 아르노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의 미완성 오페라 “모세와 아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박물관에는 뚜렷한 입구가 없다. 지하실과 기울어진 통로로 연결된 점점 좁아지는 계단 아래로 옛 건물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구조가 이렇게 때문에 관람객은 세 통로 가운데 하나로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한 통로는 홀로코스트관으로 이어진다.
차가운 콘크리트 탑으로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는 텅 빈 공간은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빛으로만 밝혀지고 있을 뿐이다. 베를린에 살던 25만 명의 유대인이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면서 강제로 어두컴컴한 트럭에 태워져 기차역으로 이동할 때, 트럭의 적재함을 둘러싼 포장의 틈새로 흘러드는 빛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생존자의 회고를 그렇게 표현해 낸 것이었다.
유대인 박물관의 설계로 인해 리베스킨트는 그 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건축가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굳혔다. 그 후에 오스나브뤼크에 세운 펠리스 누스바움 미술관(1998년)은 나치 포로 수용소에서 숨진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Felix nussbaum)에게 헌정된 건축물이다.
한편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의 별관으로서 2005년에 완공된 스피럴은 리베스킨트가 공학자인 세실 밸론드(Cecil Balmond)와 합작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것은 기존 박물관의 안뜰에서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수정의 결정체와 같은 형태이다. 이 형태는3차원 다면체 공간의 연속적인 분열을 뜻하는 프렉탈 기하학에 근거하였다. 스피럴은 테크놀로지가 구조물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박물관 설계로 여겨진다.
*오래전에 친구들과 독일 여행 갔을 때 혼자서 요 건물 찾으러 가고 싶었는데 근처까지 갔었던거 같은데 못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ㅠ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지금도 짧지만 더 짧았던 영어라…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나봅니다.ㅠ 너무 빠른 포기를 했었나봐요. 좀 더 열심히 찾아볼걸…;;
라. 역동적인 공간
이라크 태생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런던 건축 협회에서 공부하고 가르친 후에 여러 설계 공모전, 특히 홍콩 피크의 설계 공모전에서의 역동적인 설계와 스케치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것은 러시아 구성주의자들의 역동적 기하학과 해체주의자들의 지적이고 미학적인 감수성을 융합한 설계였다.
하디드가 최초로 설계한 작품은 바일 암 라인에 있는 비트라 가구 공장의 소방서(1991년)였다. 이 소방서는 극적으로 연장된 수평선과 돌출된 건물의 각이 어우러진 건물이다. 1999년에 그녀는 바일 암 라인 풍경 및 원예 전시회를 위해서 지하에 있는 환성 연구소와 연결시킨 전시관을 소방서 바로 옆에 세웠다.
기울어진 벽으로 운동감과 더불어 속도, 긴장감, 불꽃의 느낌을 전달한다. 비트라 소방서는 공간에 존재하는 입체건물이지만, 방문객에게는 마치 회화처럼 선적인 느낌을 주면서 내부에서조차 이런 이미지는 계속된다.
형태적인 측면으로 찌그러진 사각형 또는 사다리꼴의 중첩을 보인다. 그 형태는 스스로 건축물을 비틀고 있으며 건축의 분열, 전위, 편향, 일탈 등을 의미하는 비틀림이라고 볼 수 있다.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나 새로운 구조로 존재하며, 궁극적으로 불안한 것 같은 건축의 형태가 강력하게 건축물을 존재하게 한다.
디자인요소들은 통일된 전체로 구성되는 대신 해체되고 전체에서 분리되어 대개 날카롭게 각지고, 중복되며 상호 침투하는 성격을 띤다. 해체주의에서는 실외의 요소가 실내공간으로 침투하고 실내공간은 대개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밀폐된 공간으로부터 탈피한다.
독일의 군터 베니쉬 Gunter Behnisch가 설계한 태양열 연구소 건물에서는 붉은색 파이프가 외부의 땅바닥에서부터 실내공간으로 침투했다가 외부로 다시 나가고, 실내공간은 해체되어 새롭게 조합되었는데 활기차고 역동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그가 설계한 본의 독일 국회의사당의 실내 또한 가벼운 역동성을 나타내 준다.
마. 한국의 해체주의 건축
해체적 방법론은 건축의 형태나 기능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야기하였으며, 이러한 서양의 조류는 한국의 건축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다양한 건축이론 및 문화가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90년대 이후 국내 건축 경향도 해체건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건축계 일부에서는 해체건축을 인식론적 차원이 아닌 형태적인 건축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해체론 본연의 사고에 따른 논쟁은 드러나지 않고, 해체주의적 건축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물의 외형은 비틀어지기 시작했고, 철, 파이프와 유리 등 이질적 재료들이 혼용되는 일종의 양식적 건축으로 해체건축이 유행하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한국 현대건축은 다양하게 전개된다. 양식논쟁과는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을 쫓는 이들과 그것을 외면하는 이들, 나름의 시각과 이론을 가지고 건축작업을 행하는 이들로 분류되어 해체주의 건축은 진행되어 간다.
1) 아이파크 타워, 다니엘 리베스킨트 2004
아이파크 타워의 외관은 전형적인 박스형 건물에 커다란 원이 붙어 있고, 좌측 하단에서 비스듬히 기둥이 건물 내부를 관통해 올라가고 있다. 원 안에는 다섯 개의 막대가 불규칙하게 걸쳐있고 여러 개의 붉은 색의 사각형들이 배치되어 있어 마치 둥근 당구대 안에 큐대와 네모난 당구공이 널려 있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건물의 외관이 갖는 장식적 측면인데 장식이 장식으로만 머물지 않고 건물 자체를 지배하는 주제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주제가 되어도 장식적인 느낌 또한 강하다. 전체적으로 건물의 안팎은 색상과 모양에 있어 여러 가지 비대칭적이고 이질적인 것들이 불완전하게 함께 있으면서 아직은 최종적 배치를 찾아 움직이는 긴장감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건물들과 차별성을 주려고한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건물이라는 특성이 완전히 와해된 모양은 아니다. 리베스킨드는 원이 자연을, 직선이 기술을 상징하면서 이 둘이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다른 건물들과의 차별성 속에 나름 의미 있는 건축을 하고자 한 설계자의 의도 속에는 원과 네모가, 자연과 기술이 이분법적이기보다는 상보적으로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국제 갤러리, 배병길 1991, 갤러리현대 배병길 1995
국제갤러리의 두드러진 특징은 특히 중심부에서 기존의 건축에서와는 달리 매우 불규칙적인 유리면들이 약간은 산만한 듯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랭크 게리가 자신의 집을 개조한, 전형적인 해체적 시도로 여겨지는 게리의 집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게리의 집은 부조화와 불균형을 넘어 전혀 마감되지 않은, 혹은 이런 저런 건축자재를 그저 세워 놓은 것과 다를바 없는 외양을 가지고 있다. 이 게리의 집은 건축은 완성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체한다. 이에 비하면 국제 갤러리는 전통적 건축에서 벗어난 파격의 신선함을 추구한 해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갤러리 현대에서는 국제갤러리와는 다른 접근도 보이는 것 같다. 같은 미술관 거리에 있는 동일한 건축가의 다른 성격의 건축물이다.
3) 김옥길 기념관, 김인철 1999
해체주의적 생각이 스며든 경우로 김인철의 김옥길 기념관을 들 수 있다. 고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을 기리기 위한 아담한 공간이다. 외관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출된 콘크리트벽에, 면이 몇 개로 나뉘어 열린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여름 한옥의 대청마루 문을 천장이 아니라 세로로 열어젖힌 듯하면서도, 그 개방성은 차원을 달리 한다. 벽이 열린 형태는 무엇보다도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한다. 면은 기둥이 되고 지붕이 되면서 안을 여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전후면은 서로 통해 있다고 볼 만큼 투명하다. 건물의 공간은 벽이 가두어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공간이 통과하는 통로쯤으로 보인다. 그만치 내부공간은 외부 공간과 구별되지 않거나 서로의 차이와 유사점이 연계되어 있다.
노자는 “진흙으로 그릇을 빚지만 정작 쓰는 것은 텅 빈 부분이고, 문과 창을 내어 방을 만들지만 정작 쓰는 것은 텅 빈 부분이다.” 라고 했다. 건축은 공간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공간을 담아내는 방식이 바로 그 건물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결정한다.
김옥길 기념관은 학생들과 일반인이 들어와 만나고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공상을 하는 공간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들이 바로 기념관 안의 자료와 기념물이 되고 있다. 기념관과 찻집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재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체주의는 건축이 기존 의미에서의 완성된 구조나 공간이기보다는 우리가 무한히 열어나가야 하는 아직은 미완의, 완성되어가는 공간이기를 제안한다. 김인철은 “공간은 가두어지지 않는다. 그 무한함에 대해 구축은 유한한 장치일 뿐이다.” 라고 했다.
*김옥길 기념관은 신촌에 위치하고 있는데 시일이 지나서 보게 되었는데 정말 멋진 건물이더라구요.
5_해체주의 건축의 한계
건축은 여타 분야와는 달리 현상의 주체였던 인간이 실존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해체이론이 해체주의건축으로 적용되어질 대 상당한 궤도 수정이 이루어져야함을 이른다. 현재의 해체주의건축은 주체인 인간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해체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부정의 방법이 또 다른 면에서 해체주의건축의 모순으로 자리 잡았다.
건축을 통해 기존 건축물에서 벽을 허물고 공간을 분할하고, 어울리지 않거나 불필요한 공간이나 재로를 사용함으로써 공간이 가지는 용도나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더 이상 공간이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것을 거부하게 함으로써 공간적, 건축적 사고의 대립을 해체하고 있다.
그러나 데리다의 해체론에서 야기되었던 한계점과 같이 건축에서도 건축적 텍스트가 가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해체라는 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그 결과가 형태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새로움을 주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있어서는 규정되지 않은 많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건축물 전체에서나 공간에서 해체된 틀이나 형식의 재조합으로 귀결되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한계성은 건축을 외부와는 관계없이 건축적 텍스트 내에서 건축을 풀고자 하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2023년)의 내가 생각하는 해체주의 건축의 한계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유지관리가 너무 힘든 건물이 많아보인다. 해체주의라는 이름하에 있지 않은 일반적인 건축물도 형태 혹은 평면에 다소 사선이 들어있거나 곡선만 들어가도 공사하기도 쉽지 않고 만들어진 건물에 새로운 시도, 리모델링, 공간 변경 등의 작업을 할 때 도면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멋진 설계, 멋진 도면, 그림, 투시도등을 그려도 작업은(공사는) 사람 손으로 한다. 네모박스 건물도 제대로 짓기 힘들어 보이는(?) 시기이다. 최근 건축물의 LCC라는 개념도 중요해진 것처럼 건물은 지어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계속해서 쓰여지고 갈고 닦아져야 한다는 점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6_ 결 론
현대에 들어 근대 건축의 획일성, 총체성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양한 시도들의 바탕에 데리다와 들뢰즈의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의 건축은 해체적, 생성적 의미를 가지는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
해체주의 건축의 출발은 근대 건축이 형상을 우위에 둠으로써 형상을 소외시켰고 포스트모더니즘이 형상을 우위에 둠으로써 추상을 소외시킨데 대한 반발적 표현으로 나타나 이전의 대립 개념을 해체시키고 일원적인 원칙이나 과정을 고집하지 않으며, 건축을 현실의 시대적 상황과 연계된 미래지향적 구축물로서 표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며 이는 현대라는 복합적 성격의 징후를 내재하고 있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건축언어로서 기존의 건축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현대는 상대적, 다원적 시대이다. 항상 시대의 상황과 관련을 맺어 왔던 건축으로선 현대에 이르러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건축양상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부응하여 제시된 이론 중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 바로 해체이론이다. 해체가 비록 프로이드나 아인슈타인, 그리고 일반 대중이 이루어 놓은 현대의 시대적 배경에 많은 의존을 하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그것은 현대라는 일시적 시점을 위해 급조된 충동적 이론이나 단순히 기성에 대항하는 삐뚤어진 시각만은 아니다.
해체의 이론이 니체와 하이데거를 거쳐 현대의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그 이론의 근원을 찾아볼 수 있으며, 포괄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혹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내면에 존재되어 있는 또 다른 일면을 이론화 시킨 것이라는 주장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해체이론의 결과물 중의 하나인 해체주의건축에서 보여지는 현상들은 그 사고의 내면에 존재해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보다는 단편적인 이론이나 현상에 치중해 해체주의건축이 하나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유행정도로 생각하도록 빌미를 제공하였다.
또한 해체주의건축의 이전에 제기되는 서구사유체계의 이원론적 경향, 해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해체이론 자체의 모순, 해체주의건축으로의 이론 적용상의 비융통성 등은 해체주의 건축이 현대건축 속에서 쉽게 받아들여진 만큼이나 쉽게 침체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본 조사로 알아본 해체주의 건축은 전통적 대립관계에 의해 묻혀있던 텍스트들의 흔적을 드러냄으로 새로운 표현에 접근하고 있으나 텍스트의 관계가 건축적 텍스트 내에서 머무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해체주의는 건축이 기존 의미에서의 완성된 구조나 공간이기보다는 우리가 무한히 열어나가야 하는 아직은 미완의, 완성되어가는 공간이기를 제안한다. 단순히 형태의 유희에서 사고의 깊이를 가질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체주의 건축에 대해 알아봤던 글을 올려봤습니다.
정말 13~4년 전쯤에 쓴 레포트이기는 한데 열심히 했는데 기억나는게 별로 없네요.
요즘은 이 해체주의 건축에 대한 인식이나 이론이 변화됐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엔 학생들의 관심이 많았던 사조였습니다.
너무나도 어려운 개념이었어서 조사하는데도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건축 이론들이 다시 재밌어 지고 있는데 이제 가을도 되어가고 있고 책장에 자리잡고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 현대건축에 있어서의 해체현상에 관한 연구, 변계성,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1989
* 해체주의 건축의 이론적 배경에 관한 연구, 김성광 외,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1990 12
* 해체주의적 구성을 바탕으로 한 공간 구성의 원리 및 디자인 특성에 관한연구, 정락원, 1994
* 해체주의 건축의 이론적 배경과 디자인 성격에 관한 연구, 조진일, 건국대학교 석사논문, 1994
* ‘해체주의 이후’ 아방가르드 건축의 특성과 성격 규명에 관한 연구, 한선정,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1999
* 해체주의 건축의 실내공간에 나타난 랜드스케이프적 특성에 관한 연구, 정재원, 건국대학교 석사논문, 2002
* ‘텍스트’로서의 현대 건축에 관한 연구 -기호론적 관점에서-, 성이용,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2003
* 라 빌레트 공원의 계획과정에서 나타난 텍스트 개념 연구, 정인하, 프랑스학연구 제 28권, 2004
* 데리다의 텍스트와 들뢰즈의 기계 개념을 통한 한국현대건축에 관한 연구, 김상우,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004
*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적 사고와 표현 특성에 관한 연구, 이도희,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 2004년
* What is Deconstruction? 해체주의?, 크리스토퍼 노리스 & 앤드류 벤자민, 청람신서, 1996
* 20세기의 건축역사, 위르겐 요디케, 李鏶, 2001
* 현대 건축과 비표상, 정인하, 대우학술총서, 2006
* How to Read 데리다, 페넬로페 도이처, 변성찬 역, 웅진지식하우스,2007
* 데리다의 해체이론의 전략과 한계, 최인환, 민음사, 1988* 해체론, 조규형, 살림, 2008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건축의 역사, 조너선 글랜시, 시공사,
* 現代乾縮論(현대건축론)
* http://gayoon.hihome.com/data/barasi.htm
*이전글 링크_해체주의 건축 탐구 2_바로가기
*이전글 링크_해체주의 건축 탐구 1_바로가기
*이전글 링크_포스트앤레이트 모더니즘 건축 1_바로가기